주말은 즐겁다.

나들이 차량들로 길이 막힐 때 불편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가는 일은 엔돌핀을 돌게 해 주고,다음 주를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노는 일에 쓰는 돈을 낭비라고만 볼 수 없다.

물론 지나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이야기의 방향을 약간 바꿔보자.서울 사람들이 설악산에 놀러가서 돈을 쓸 때 서울의 부(富)가 속초로 유출되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돈이 속초로 옮겨가는 것은 사실이지만,그 대가로 서울 사람들은 즐거움과 재충전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서울 사람들에게 일할 힘을 준다.

자발적 거래는 본래 거래의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서울 사람이 속초에서 돈을 쓰는 것은 서울의 부를 만드는 일이지 유출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여행이라고 다를까.

국내의 관광지처럼 괌이나 필리핀으로의 여행에서도 즐거움을 얻는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돈이 괌이나 필리핀으로 지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그 돈의 가치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슴 가득 안고 오는 한,해외여행은 국부를 창조하는 행위이다.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돈이 아니라 자원일 때에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시장가격에 자원을 해외로 내보내는 행위를 국부유출이라고 규정해서는 안된다.

자원 대신 그에 상응하거나 더 높은 가치의 돈을 그 나라에 남겨놓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발적 거래의 속성이다.

자발적 거래를 통해서 자국의 물건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쌍방 모두에게 이로운 '수출'이지 국부유출이 아니다.

국부유출이라는 말은 외국의 침략자들이 식민지의 인력과 자원을 강제로 반출해 나갈 때에나 어울린다.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조선 땅에서 아름드리 나무들을 베어 내간 것이 국부유출이다.

19세기에 선진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저질렀던 노예사냥의 만행,스페인의 침략자 코르테스가 아즈텍 왕국으로부터 금은보화들을 강탈해서 에스파니아로 실어 나른 것이 국부유출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중국 인도 미국 등의 철광석 유연탄 고철 스크랩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움직임은 어리석다.

그런 조치를 통해서 자국 내 자원의 이용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그만큼 자원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출을 허용하는 것보다 국부의 총량은 줄어든다.

외국과의 전쟁 상황이 아닌 한 국부유출 방지라는 명목으로 자원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국부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의 주식을 거래해서 그 이익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외국인의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한국 기업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의 현금을 대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한국이 손해를 볼 리가 없다.

그래서 그 주식을 해외로 반출하든 아니면 주식을 팔아서 돈으로 송금하든 한국의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 돈을 쓰는 일 역시 국부유출과는 무관하다.

외환 시장에서 외국돈은 얼마든지 원화와 교환 가능하다.

따라서 외국 돈을 쓰는 일이나 원화를 쓰는 일은 기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돈은 아껴서 써야 한다.

하지만 외국 돈이라고 더 아끼고 우리 돈이라고 덜 아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국부의 유출이 아니라 원활한 국제 교역을 통해서 더 많은 국부를 창조하는 일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