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드러나지 않게 달러화의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부시 행정부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 미국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수입품의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면서 미국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조용하게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화는 지난해 말부터 약세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됐지만 지난달부터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격한 가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3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620억달러로 최근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항공기 및 석유 제품을 제외한 3월 수출 규모는 765억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3.8% 증가했다.

수출 증가세와 수입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부시 행정부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강력한 국제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면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존 스노 재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경제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달러화 약세 용인 정책은 시장이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순간에 급락세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인플레 압력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가 달러화 가치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에 중국 위안화 절상 등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통화정책은 정교한 절충 작업이 요구된다고 저널은 강조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주 유로당 1.2957달러,엔화에 대해선 달러당 109.33엔까지 떨어졌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