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업계의 행복은 석유화학 업계의 불행?"

수년간 지속된 고(高)유가로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나서면서 국내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플랜트 업체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동산 저가 제품의 물량공세로 제품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플랜트 업계는 오일달러 '특수'

최근 플랜트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중동이다.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참여,연일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플랜트 업체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수주한 계약금액만 29억1145만달러에 이른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팀장은 "중동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규모는 현재 106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중국 인도 등지에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 적어도 앞으로 5년간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발 '위기'

중동의 플랜트 건설 붐이 석유화학업계에는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석유화학 업체들이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값싼 유화제품을 쏟아내면서 제품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업체들과 달리 중동 업체들은 원가가 나프타의 3분의 1에 불과한 에탄가스로 제품을 생산,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유화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기초유분인 에틸렌의 가격은 현재 약 102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벤젠은 19.14%,스티렌모노머(SM)는 11.13% 각각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게다가 중동 업체들의 공장 완공 계획이 2008년 이후에 집중돼 있어 석유화학 경기가 2008년을 저점으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차홍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유화업체들의 제조 원가는 t당 120달러로 국내 제조 원가 380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중동의 에틸렌 생산량도 2004년 11만t에서 2020년에는 4500만t으로 늘어 세계 시장 점유율이 9%에서 24%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엔 정공법으로 대응하자


이에 따라 일부 유화업체들은 아예 중동 석유화학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초 국내 업계 처음으로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륨과 합작해 카타르에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값싼 중동산 유화 원료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

LG석유화학도 최근 중동에 태스크포스팀(TFT)을 파견해 현지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에탄 가스를 원료로 하는 유화 제품 생산 기술을 배워 오는 게 목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