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딜레마] 200억대 회사 물려받은 P사장의 경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10대 민간기업의 평균 연령은 45세. 이들 기업과 동반 성장해 온 중견·중소기업들의 나이도 엇비슷하다.
하지만 창립 반세기를 맞아 본격화되고 있는 이들 기업의 2,3세 경영권 승계가 거센 풍랑을 맞이하고 있다.
세제 속에 도사리고 있는 갖가지 제약들이 기업들을 외통수로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들은 지분의 절반을 상속·증여세로 내고 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하소연 일색이다.
지난 수십년간 증자와 합작·합병 등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증여세 문제는 중소기업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금 때문에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극단적인 갈림길에 서는 중소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금에 짓눌려 도산
30대 중반의 P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절삭공구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던 '2세 경영자'였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연 매출 500억원짜리 회사를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던 야심 찬 청년이었다.
그러나 2004년 부친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모든 일이 헝클어졌다.
회사의 비상장 주식 100억원어치와 아버지가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사업부지용 땅 및 임야 등을 합해 총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자 어림잡아 100억원의 상속세를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예금 통장에 3000만원 정도의 잔고를 갖고 있던 P씨로서는 주식으로 물납을 하든지 아니면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한창 생산시설을 짓고 있던 공장 부지를 매각할 수는 없었다.
경영권 때문에 주식 전부를 물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P씨는 40억원어치의 세금에 대해서는 물납하고 나머지 60억원은 담보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창업주였던 부친의 돌연한 사망에 일부 거래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종업원들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았다.
P씨가 집안 대·소사와 복잡한 세금 관계를 처리하느라 몇 달 업무를 등한시하는 동안 사업은 점차 기울어갔다.
주문이 끊어지고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공장시설 확장도 중단됐다.
급기야 월 4000만원에 달하는 담보대출 이자가 매달 목을 죄어 왔다.
이자를 갚기 위해 남아 있는 주식을 담보로 사채도 끌어다 써봤지만 회사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P씨는 "능력 부족으로 아버지가 기틀을 마련한 회사를 지키지 못했다"며 "물려받은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어느 누구라도 제대로 사업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탈법과 편법 사이
요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P씨의 사례를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듣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은행은 중소기업 2세들의 모임인 '차세대 경영자클럽'을 발족시켰다.
그 때 첫 세미나 주제로 잡은 것이 '기업 승계에 따른 세무·법률'이었다.
당시 세미나에서 강연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2세 경영자들은 P씨 가족이 겪고 있는 일이 자신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상속·증여세법에 '포괄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 속에선 '탈법'과 '편법'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모 회계법인의 임원은 "과거 실효세율이 20%를 밑돌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기업인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경영권이 흔들려 기업이 힘들어지거나 축소 위주의 경영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조일훈.김동윤.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
하지만 창립 반세기를 맞아 본격화되고 있는 이들 기업의 2,3세 경영권 승계가 거센 풍랑을 맞이하고 있다.
세제 속에 도사리고 있는 갖가지 제약들이 기업들을 외통수로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들은 지분의 절반을 상속·증여세로 내고 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하소연 일색이다.
지난 수십년간 증자와 합작·합병 등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증여세 문제는 중소기업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금 때문에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극단적인 갈림길에 서는 중소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금에 짓눌려 도산
30대 중반의 P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절삭공구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던 '2세 경영자'였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연 매출 500억원짜리 회사를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던 야심 찬 청년이었다.
그러나 2004년 부친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모든 일이 헝클어졌다.
회사의 비상장 주식 100억원어치와 아버지가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사업부지용 땅 및 임야 등을 합해 총 2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자 어림잡아 100억원의 상속세를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예금 통장에 3000만원 정도의 잔고를 갖고 있던 P씨로서는 주식으로 물납을 하든지 아니면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한창 생산시설을 짓고 있던 공장 부지를 매각할 수는 없었다.
경영권 때문에 주식 전부를 물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P씨는 40억원어치의 세금에 대해서는 물납하고 나머지 60억원은 담보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창업주였던 부친의 돌연한 사망에 일부 거래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종업원들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았다.
P씨가 집안 대·소사와 복잡한 세금 관계를 처리하느라 몇 달 업무를 등한시하는 동안 사업은 점차 기울어갔다.
주문이 끊어지고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공장시설 확장도 중단됐다.
급기야 월 4000만원에 달하는 담보대출 이자가 매달 목을 죄어 왔다.
이자를 갚기 위해 남아 있는 주식을 담보로 사채도 끌어다 써봤지만 회사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P씨는 "능력 부족으로 아버지가 기틀을 마련한 회사를 지키지 못했다"며 "물려받은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어느 누구라도 제대로 사업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탈법과 편법 사이
요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P씨의 사례를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듣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은행은 중소기업 2세들의 모임인 '차세대 경영자클럽'을 발족시켰다.
그 때 첫 세미나 주제로 잡은 것이 '기업 승계에 따른 세무·법률'이었다.
당시 세미나에서 강연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2세 경영자들은 P씨 가족이 겪고 있는 일이 자신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상속·증여세법에 '포괄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 속에선 '탈법'과 '편법'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모 회계법인의 임원은 "과거 실효세율이 20%를 밑돌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기업인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경영권이 흔들려 기업이 힘들어지거나 축소 위주의 경영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조일훈.김동윤.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