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감이나 환율 영향 심지어 계절적 변수인 5월의 매도 전설까지 아시아 증시를 짓누르는 가운데 서울 증시의 상처도 깊어지고 있다.그러나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등 기존의 황소들은 낙관론에서 크게 후퇴지 않고 있다.

미국 국채 등 채권시장에 대한 약세론은 대체로 동의하나 신흥증시(중동 제외)에 거품이 끼여 있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가장 부정적인 분석가조차 일본 증시는 매수를 지속해야 한다는 견해.

인플레 불안감은 고조되나

앤디 시에(모건스탠리)는 앵글로-색슨 경제권의 노동시장 경색과 원자재 버블 지속 그리고 중국의 생산원가 상승 압박 영향으로 글로벌 유동성 붐이 인플레를 향해 진행중이라고 판단했다.

시에는 "지난 1년간 글로벌 인플레는 0.6% 올랐으며 앞으로도 비슷한 속도로 오름세를 탈 것"으로 관측하고"속도는 더디나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맞다"고 밝혔다.

시에는 이어 "높은 에너지가격이나 앵글로색슨권의 부동산 침체 그리고 중국의 긴축으로 하반기 세계 경제는 둔화될 것이나 인플레 압력은 각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긴축을 지속시킬 것"으로 분석했다.약세장으로 들어설 우선적 투자 대상은 채권이라고 언급.

CLSA의 짐 워커 분석가도 세계 경제에 대해 인플레 공포가 접근중이라고 평가하고 미 국채 등 일부 자산에 조심할 때라고 경고.

지난 1981년 15.84%를 고점으로 25년간 하향 박스권을 그려왔던 미 국채 10년물 시장에서 이미 인플레 출현 우려감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

워커는 "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와 상관없이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7%에 도달하면서 국제 금 시장과 똑같이 채권도 장기 박스권을 상향 돌파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금(Gold) 선물에 매수를 걸고 미 국채에 대해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러나 주식의 경우 채권시장 같은 불안감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일본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를 지속했다.

신흥증시 거품 아니며 오만하지도 않았다

메릴린치증권는 아시아 등 세계 신흥증시에 대해 과거 굴욕의 시간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기록중이나 '거품'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특히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오만'의 투자심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

98년의 한국이나 2001년 남아프리카 혹은 2002년 브라질 등 굴욕의 기간을 보냈던 신흥증시가 유동성과 원자재 강세 수혜 그리고 국채 스프레드 축소 등의 환경 변화에 기대며 43개월의 오랜 강세장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

그러나 올들어 연률 기준 신흥증시로 들어온 자금규모가 84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연간치 170억달러를 가볍게 뛰어 넘고 주가가 급등하자 거품 불안감이 생성되었다.특히 사우디의 화학업체 SABIC의 시가총액이 미국의 다우케미칼이나 BASF의 4배까지 부풀려졌다.

이와관련 메릴린치는 "중동 증시는 탐욕-빚-밸류에이션 등 거품을 평가하는 3가지 항목 모두 발견돼 결국 시가총액이 반토막나는 붕괴를 겪고 있으나 아시아-남미-신흥유럽은 다르다"고 밝혔다.

우선 신흥증시에 돈을 보탠 투자자들 대부분이 기존 포지션에 서둘러 비중을 추가한 것이 아닌 신생 투자자들이며 거품 증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업공개의 광풍도 없었다고 판단.

예로 미국 주 연기금들의 신흥증시 포지션은 2.1%로 GDP대비 23.6%에 달하는 신흥 경제권의 비중이나 세계 증시 시가총액내 비중 7.5%에 비해 턱없이 낮아 탐욕적 매수는 아니라고 평가.

또한 터키나 헝가리 등 일부을 빼면 대부분 신흥 국가들은 경상흑자, 즉 채권국이라고 지적.밸류에이션 역시 MSCI 세계지수대비 20% 낮아 결코 과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연초보다 상승 잠재력은 줄어들었으나 신흥증시에 거품이 끼여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주식을 팔아야 하는 오만함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브라질과 러시아,인도네시아,한국의 경우 약세를 보이면 진입해야 하는 증시로 권고.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수석전략가 티모시 모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인들은 아시아에 대해 단기 기술적 조정은 일어날 수 있으나 우호적인 경제성장률 등 긍정적인 핵심론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일 아시아 증시의 큰 폭 하락은 차익실현 혹은 위험 감소의 출발로 여겨지나 펀더멘탈상 본질적 변화만 없다면 큰 폭의 후퇴 위험 가능성은 완만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별로 중국,대만에 긍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의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으나 밸류에이션이나 올해 다른 아시아대비 뒤쳐진 상승률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일반적 긍정론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한편 역사적으로 아시아 증시의 5월과 6월 그리고 8월 수익률이 최악으로 올해도 5월의 매도 전설이 나도는 것과 관련, UBS증권의 삭티 시바는 "올들어 달러화기준 19% 오른 상승률이나 유가 급등 혹은 중국의 긴축 등 아시아 증시 강세론을 위협할 변수들이 존재하나 5월의 매도는 실패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4년의 아시아 증시 저점은 5월17일이었으며 이후 10월초까지 20% 가량 오른 경험을 지니고 있는 등 2년 연속 5월의 매도 전략이 신통치 않았다.또한 올해 기업순익 증가율 14%를 기준으로 주가수익배율 승수는 과거 평균치 13.7배를 밑돌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분석.

5월중 매도를 해서는 안되는 세 번째 이유로 기업이익 컨센서스가 여전히 긍정적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을 꼽았다.이달초 금리 인상후 휴식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대감은 네 번째 이유.

한경닷컴 박병우 기자 parkb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