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창원금속공업(대표 이종선).트렁크 힌지(자동차 트렁크에 쓰이는 경첩)가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이다.

트렁크 힌지 생산라인의 가장 중요한 공정은 용접과 품질검사.하지만 이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은 단 한 명뿐이다.

이 회사 이정권 경영혁신팀장은 "전에는 용접공들이 수작업으로 용접을 하고 검사도 육안으로 했다"며 "용접 및 검사 공정을 자동화한 후 생산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불량률도 2%대에서 0%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창원금속공업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데에는 군산지역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팀장은 "검사 시스템 자동화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고심하던 중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 전북대학교 연구팀을 소개해줬다"며 "우리 회사는 용접,연구팀은 검사 시스템을 맡아 두 공정의 자동화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산업공단의 재도약을 꾀하자는 목표로 작년 4월부터 시작한 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혁신클러스터'란 제조업 위주로 개발한 산업단지에 연구개발(R&D) 및 기업 지원 서비스 기능을 결합한 단지를 뜻한다.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이 '포도송이'처럼 연계돼 움직이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1차로 반월시화,군산 등 전국 7개 산업단지가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로 지정받은 데 이어 지난 1년간 지역·분야·특성별로 49개의 미니클러스터가 형성됐다.

미니클러스터에는 1897개 업체를 포함,대학 연구소 등 270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클러스터에서는 지금까지 R&D,마케팅 등 총 1243건의 과제를 발굴해 802건의 애로를 해소했다.

경북 구미의 프레스 금형업체인 구일전자공업(대표 김영철)이 최근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의 지원을 받아 휴대용 막대 탈자기(Demagnetizer) 개발에 성공한 것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탈자기는 금속가공 작업에서 생기는 잔류 자기를 없애는 장비다.

구일전자의 제품은 예전 탈자기들과 달리 작고 가벼워 휴대할 수 있고,탈자력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영철 대표는 "중소업체로서는 탈자기 소형화에 필요한 데이터 테스트 장비 구입도,기술인력 유치도 쉽지 않았는데 금오공대와 공동연구 체제가 구축돼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수성기체(대표 조주호)도 창원혁신클러스터의 도움을 받았다.

미니클러스터 회원사인 동우하이텍과 함께 항공기용 MLG PAN(착륙용 바퀴보호 부품) 공동 개발에 성공,일본 FHI사에 2015년까지 매년 1000대씩 총 6000만달러어치를 납품키로 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

수성기체 연매출 74억원의 약 8배에 달하는 계약 실적을 올린 것이다.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측은 "수성기체의 기술적 한계를 동우하이텍이 해결해줄 수 있음을 확인하고 양사를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산단공은 "지난 1년은 초기 단계였음에도 벌써 몇 가지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클러스터의 결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