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홈페이지에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을 접자는 취지인 듯하다.

이 글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연상케 하는 관련 통계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버블 세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강남 3개구에 목동 분당 평촌 용인을 추가해 7개 지역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버블세븐'의 집값 급등이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론(論)'은 새로울 게 없다.

"부동산 거품을 걱정할 때가 됐다"(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강남 3구 집값이 꼭짓점에 와 있다"(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98%를 위해 2%만 때리는 초정밀 유도탄'(종합부동산세)이 곧 거품을 터뜨릴 것이란 메시지들이다.

집값 급등이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야기하고 거시경제의 안정성까지 해친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한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은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투기근절 정책 위주였다.

권역별 중장기 주택수급을 따져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공격타깃을 설정하고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었다.

전쟁을 하듯 말이다.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기능 실패를 전제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는 아예 관심조차 두질 않았다.

공급의 제약성과 주거복지 등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관련된 특수한 재화라는 점을 들어 오히려 시장논리에 맞섰다.

문제는 '버블 세븐' 거주자는 물론 강남 진입을 꿈꾸는 대다수 사람들마저 정부의 부동산 정책보다 시장을 더 믿는 데 있다.

정책 신뢰를 상실한 결과이다.

공급규제책으로 시장 왜곡이 심화되면 '버블 세븐'이 머지않아 '버블 세븐틴'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투기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전선을 넓혀간다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멀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택수요는 소득변화에 민감하다.

소득이 늘수록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주거 및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이사가길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언제까지 이런 욕구를 수요 억제책만으로 억누를 순 없는 노릇이란 얘기다.

때문에 정부야말로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표를 투기세력을 잡는 게 아니라 서민의 주거안정에 둬야 한다.

정부의 주장처럼 치밀한 대책으로 투기 여지를 줄여놓았다면 앞으로는 전체 경제의 틀에서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양질의 주택공급확대와 함께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돈의 물꼬를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돌려놓는 것이다.

실수요건 투기건 최근 2~3년 새 주택가격이 폭등한 것은 사상 유례 없는 초저금리와 무관치 않다.

경기를 살리면서 실질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이익원 경제부 차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