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고 트리폴리에 다시 미국 대사관을 개설키로 함에 따라 25년 만에 양국의 적대관계가 청산됐다. 두나라의 완전한 외교정상화는 경제관계의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자진 포기한 리비아와 달리 여전히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따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리비아 산유량 늘어날 듯

리비아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9위(390억배럴,2005년 1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60만배럴에 지나지 않는다.

1979년 오일쇼크 이후 2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지 못했다. 십수년간 계속된 미국과 유엔의 금수조치로 석유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관계 회복 조치로 노후화된 리비아 내 유전들에 곧 첨단 시추장비 등이 들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정부에 에너지 문제를 자문하는 데이비드 골드윈은 "앞으로 2~3년 안에 리비아 산유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비아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복원은 상호 협상의 결과이며 상호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시설 현대화를 위해 절실한 외자를 들여올 수 있는 길이 트였기 때문이다. 리비아 정부는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300억달러의 외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석유기업들 '반색'

마라톤오일 코노코필립스 헤스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도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의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PFC에너지의 줄리아 내니는 "대부분의 미국 석유기업들이 중동 비즈니스 기회를 찾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리비아와의 외교관계 회복은 정말 '빅딜'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석유회사들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강력 탄원한 것도 관계 복원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지오프 포터는 특히 "리비아가 석유채굴 허가를 내주는 시점과 맞물려 중국 등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동향

리비아 경제는 최근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 확대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 8.5%의 성장률을 기록,국내총생산(GDP)이 334억달러로 불어났다.

1인당 GDP는 8400달러, 외채규모는 42억달러이다.

실업률이 30%에 달한다. 리비아는 한국의 주요 건설시장의 하나로 1976년 이후 현대, 대우,동아 등 한국 회사들이 230여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현재도 가스플랜트,발전소,대수로 공사 등 주요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측은 리비아가 적극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외교관계를 완전 회복함에 따라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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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리비아 정상화 일지 ]

-1978년: 미국,대 리비아 무기 금수

-1981년: 미국내 리비아 외교관 추방

-1988년: 미 팬암 여객기 폭파로 270명 민간인 사망

-1993년: 유엔 리비아 경제제재 발효

-2003년: 리비아,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

-2004년: 미,대 리비아 경제제재 대폭 완화.리비아의 대미 석유수출 재개

-2006년 5월15일: 미-리비아 관계정상화.리비아 테러지원국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