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예비 논의는 FTA 본협상 돌입을 위한 전 단계다.

따라서 양측의 의견차가 클 경우 본 협상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EU 간 예비논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한·미 FTA에 자극받은 EU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데다 우리도 중국 미국에 이은 제3의 무역 파트너인 EU와의 FTA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의 이해만 맞아떨어진다면 1년도 안 돼 본 협상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U가 더 적극적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세 차례 사전 실무점검회의(예비 논의)를 가진 뒤 올해 2월 전격적으로 FTA 협상을 출범시켰다.

EU와의 예비 논의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가 그랬듯 예비 논의를 거쳐 합의가 되면 국내 절차를 거쳐 FTA 협상을 출범시킬 수 있다"며 "미국과도 반드시 FTA를 체결한다는 전제를 놓고 예비 논의를 벌인 것은 아니지만 불과 세 번의 예비 논의를 거쳐 1년 만에 FTA 협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EU측 의지가 매우 굳다.

15일 필리핀에서 열린 양측 통상장관 회담에서도 피터 만델슨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먼저 예비 협상을 갖자고 제의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EU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EU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때문에 지난 3월부터 한·EU FTA 연구를 발주하고 논의를 제의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한·미 FTA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한·EU FTA를 또 시작하느냐는 일부 여론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부담 적어

EU는 FTA 시행에 따른 구조조정 비용이 미국 중국 일본과의 FTA에 비해 낮아 진작부터 바람직한 FTA 대상국으로 꼽혀 왔다.

특히 FTA의 가장 큰 걸림돌인 농·수산물 경쟁력이 낮아 부담이 적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취업자수 59만7000명 △국내총생산(GDP) 24조원 △1인당 국민소득 48만원 증가가 예상된다.

또 수출은 장기적으로 110억4000만달러가,수입은 81억9000만달러가 확대되고 무역 수지는 28억5000만달러가량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고용증가 효과는 미국 중국 아세안(ASEAN) 등과의 FTA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새로운 균형으로 갈 때까지의 고용 감소분을 구조조정 비용이라고 계산한다면 한·EU FTA의 구조조정 비용은 7700명으로 중국(2만2400명) 미국(1만9900명) 일본(1만5800명)보다 현저히 낮다"고 평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