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려 외국 기업들이 수년간 투자를 기피했던 곳인 울산에 최근 시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기업사랑운동 덕분에 외국 기업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로디아 폴리아마이드와 독일의 데쿠사(Degussa) 등 정밀화학 분야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울산에 대규모의 공장 신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프랑스 로디아그룹 화학부문 계열사인 로디아 폴리아마이드는 5000만달러를 투자해 울산 온산공장에 에어백용 섬유의 중간 원자재 제조공장을 증설키로 했다.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실시해 가스배출권을 인정받는 CDM(청정개발체제)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독일의 다국적 정밀화학 업체인 데쿠사는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핀란드계 과산화수소 생산라인을 인수한 뒤 생산 능력을 8만t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 늘려 인근의 SKC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벨기에에 본사를 둔 세계적 화학그룹 솔베이 플루오르사가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울산에 630억원을 투자해 불소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기원 울산시 경제통상국장은 "시민들의 기업사랑 덕분에 6년여 동안 발길을 끊었던 외국 기업의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독일 바스프와 미국 듀폰 등 18개국 80개 외국기업이 26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외국인 투자지역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대형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공해유발 가능성이 조금만 있는 기업은 울산에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하는 반기업 정서 탓에 외국 기업들은 아예 울산을 투자적색 지역으로 분류,중국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로 인해 2003년 울산시가 400억원을 들여 남구 부곡동에 외국인 투자기업 단지를 조성했으나 외국기업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국내 기업에 조성원가보다 싼가격에 분양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 소재 대기업들도 포항과 전남 지역에 조선블록공장을 짓는 등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울산시와 시민들이 다국적 해상물류업체인 오드펠사 사건 이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오드펠사가 2003년 7월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노조 때문에 사업장 폐쇄를 검토하자 울산시와 시민들이 발벗고 중재에 나서 노사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오드펠은 240여억원을 추가 투자해 온산항을 물류기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부터 시민들은 기업사랑운동을 펼쳤고 울산을 보는 외국 기업들의 눈도 달라졌다.

국내기업 일색이던 외자기업 입주단지에 석유화학,열교환기,고주파 벤딩 관련 최첨단 외국 기업들이 몰려든 것이다.

김상채 울산시 투자지원단장은 "올 들어 SK 삼성SDI 등 국내 대기업이 울산에 2조5000여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기업 투자 규모는 미미한 편"이라며 "그러나 외국 기업들의 유턴은 울산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