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4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를 열고 에너지 절약조치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이행 등 신고유가 극복 5대 실천전략을 내놨다. 그 배경으로 정부는 고유가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에서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들에 '검토' '전면 재검토' '신중히 검토' 등이 따라 붙은 것을 보면 솔직히 실망스럽다. 원자력 발전 비중만 해도 이제 논의를 시작해 보겠다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 모두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흐지부지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말로는 지금까지 해온 주요 에너지 대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정말 일관성 있게 제대로 추진해 왔던 게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신고유가 5대 실천전략이 추진되면 2030년에 석유·가스 에너지 자주개발률 35% 달성,친환경에너지 보급률 9% 달성,석유의존도 35% 이하로 축소 등이 이뤄져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의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그 의지와 실천 아닌가.

지금으로선 에너지 강국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해외 에너지 공급에 불안이 야기되기만 하면 그때서야 지난 대책들을 새로이 포장해 허둥지둥 내놓는 그런 일만은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았으면 한다. 에너지 정책만큼은 정부가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강력히 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야 기업,소비자의 행태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