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상속세는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세금이다.

부와 권력의 집중을 막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출발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상속세는 부의 집중 방지와 관련해 기대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기업의 성장 의욕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국부 유출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불러왔다.

이 때문에 지구촌 시장이 무한경쟁으로 달아오른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속세 완화 또는 폐지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들은 논의 과정을 거쳐 실제로 상속세 개편방안을 실행에 옮겼다.

○캐나다 등은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는 캐나다로 1972년 상속·증여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A라는 사람이 20억원에 부동산을 샀는데 상속 시점에 40억원으로 가치가 올랐고 자녀인 B가 상속받은 부동산을 50억원에 팔았다고 치자.A는 매입 비용 20억원을 버는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를 냈다.

부동산을 취득한 재원은 소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녀인 B에게 상속하는 시점에 또 다시 상속세가 과세되고 B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다시 양도소득세가 발생한다.

같은 재산에 대해 이중으로 과세되는 셈이다.

따라서 캐나다는 상속세를 없애고 '상속=양도'라는 가정 아래 양도차익(40억원-20억원=20억원)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방법으로 A의 재산 20억원에 대해 두 번 과세하는 모순을 없앴다.

물론 세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

미국도 비슷한 제도를 2001년에 의회에 상정,201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상속을 받은 B가 부동산을 팔 때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위의 경우에 대입하면,B가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아 벌은 50억원에서 A의 취득가액 20억원을 뺀 나머지 30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법이다.

기업으로 치면 상속인이 지분을 팔았을 때에만 과세되는 셈이다.

캐나다 미국과 같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나라는 호주(1977년) 뉴질랜드(1992년)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2004년) 스웨덴(2005년) 등이다.

○상속세 유지 국가도 기업엔 배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국가도 기업 상속에 대해서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상속세제를 완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기업을 상속할 때는 기업자산의 50%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준다.

독일도 가업(家業)을 이어 경영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있다.

상속하는 지분의 가치를 평가할 때 25만6000유로까지는 공제해서 계산하며,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60%에만 과세한다.

여기에 세액을 10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는 납부이연을 허용해 3중으로 과세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70%에 이르는 일본의 경우도 기업 경영권의 상속을 쉽게 하기 위해 증여세 기초공제액 인상,상속 증여세율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효세율도 1990년 20.9%에서 2000년에는 12.3%로 8.6%포인트 하락했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세계적으로 상속세가 완화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며 대부분의 경제 관료들도 현행 상속세제가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단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세제 개혁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조일훈.김동윤.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