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지원유세중이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일 저녁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적 성숙도가 한참 뒤떨어진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 같은 정치인 테러가 어떻게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도무지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선거과정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비열한 행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사태의 진상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단호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확한 범행동기와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기강해이가 극(極)에 이르면서 국가 기본질서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세태가 결국 이런 일을 불러온 데까지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기강해이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공권력의 위상은 땅에 떨어져 법치(法治)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양상이다.

평택 사태만 해도 그렇다.

상습 시위꾼들이 불법과 폭력으로 공권력의 행사를 가로막고 군과 경찰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도,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오히려 이들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공권력의 설자리가 위협받고 최소한 지켜져야 할 사회 기강(紀綱)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과격 노동단체와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초 미국까지 가서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원정시위에 나서겠다고 한다.

홍콩에서의 폭력 시위로 나라 망신을 시킨 지가 불과 얼마전 일이다.

당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이번 사태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기강이 이처럼 혼란스럽게 된 것에 정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법질서를 회복해 공권력의 위상을 바로잡는 일이다.

더 이상 불법과 폭력이 용납되지 않도록 보다 엄정한 법집행의 원칙과 관행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박 대표 피습사건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이번 일이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거나 지방선거를 과열 혼탁으로 몰고가는 빌미로 작용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