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협력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24일에는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서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올해는 특히 상생협력의 과실이 2,3차 협력업체에까지 확산되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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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가나다순) ]

.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 이현재 중소기업청장
. 사회=임혁 한국경제신문 벤처중기부장



▲사회=대기업들이 앞다퉈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등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산업계에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발표된 정부와 대기업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용구 기협중앙회장=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납품대금 현금결제,성과공유제 도입 등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게 된 것은 큰 발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들의 협력 방안은 홍보된 내용에 비해 실질적 지원 효과가 그에 못미친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 납품대금 현금결제나 어음결제 기간 단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이는 제도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대기업들이 원자재가격 상승,환차손 등의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협중앙회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46%가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산업연구원이 작년 12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기업의 상생협력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중소기업이 44.7%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7월 조사 때의 33.1%보다 높아진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는 90년대에는 어음 결제 관행이 문제였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납품대금 수준이 핵심적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고유가 환율하락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가해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흐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영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상생협력 정책의 큰 방향은 맞게 가고 있으나 세부적인 이행과제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의 실효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정책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긍정적인 견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실제 거래관계에 별 영향이 없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또 중소기업들은 상생협력에 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서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한편으론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지난해 10대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상생협력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정책과 지원방안들이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1차 협력업체 비중은 전체 협력업체의 26%에 불과하다.

앞으로 상생협력의 과실을 2,3차 협력업체에까지 확산시키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것이다.

올해 하도급거래 실태 조사의 범위를 중소기업 간 거래까지 확대한 것도 협력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만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으로 모든 중소기업들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사회=상생협력 확산을 위해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나 거래관행에서의 개선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김 기협중앙회장=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경영방식이 단기 실적 위주로 전환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커졌다.

특히 사업부별 성과평가방식이 중소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실무부서 입장에서는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하면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해소하려면 중소기업 지원 내용을 인사 고과에 반영해주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실질적인 협력거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느라 단기적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중소기업청장=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회의'에서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점과 2,3차 협력업체까지 상생협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될 것이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은 국내 산업계에 보편화된 대·중소기업 간 수직 계열화 관계에서는 부품 중소업체들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도요타의 최대 부품 협력업체인 덴소의 경우 생산제품의 50% 이상을 도요타 이외의 회사에 자유롭게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도 수직적인 하청구조를 완화하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

▲사회=끝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오 산업연구원장=글로벌 경제 환경의 산업구조에서는 완제품 조립·가공보다는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

상생협력은 정부의 개입이나 제도적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 같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하는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 중소기업청장=글로벌 경쟁에서는 개별 기업보다는 협력 기업들의 역량 강화가 승패의 관건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경쟁이라기보다 현대차 네트워크와 도요타 네트워크의 경쟁이다.

대기업들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해외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초기에는 유리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외국 업체들이 부품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가격을 올리게 돼 경쟁력이 약화된다.

국내 협력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올리고 시장 지배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대기업에도 유리하다.

○김 중소기업연구원장=대기업들이 '국내에 쓸 만한 중소기업이 없으면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국내 협력업체들의 기반을 적정히 가져 가야 부품·소재 산업에서 외국에 종속되는 관계를 피할 수 있다.

협력은 서로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경제적인 필요와 동기에 의한 상생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