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 < 유앤파트너즈 대표 susie@younpartners.com >

정보산업 분야에서 지난 2~3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아 온 H사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김 부장 등 회사 내 우수 직원이던 세 명이 창업,해외유학 등 각각의 개인적 이유로 사표를 냈는데,퇴직 후 한 달도 채 못되어 경쟁업체의 같은 부문에서 핵심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었다.

H사는 스카우트한 경쟁사와 이직한 세 명에 대해 '도덕성 문제'를 들어 언성을 높였다.

"H사의 중요한 데이터,사업 및 제휴 관련 정보를 다루는 자리에 있었던 개인들이 입사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회사 내부 정보를 훔치거나 누출할 수 있고,또한 경쟁사에서 사전 동의 없이 스카우트하는 것은 회사 영업 비밀에 대한 침해이니 그들에 대한 채용을 철회하라.아니면 회사 및 당사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공식 요청 서류를 보냈다.

현재 기업은 치열한 인재 전쟁 중이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우는 노력,걸리는 시간,드는 비용을 따져보면 차라리 경쟁사나 동종 업계에서 근무하는 숙련된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승부가 빠르다는 생각에서다.

후발 주자인 기업의 경우 성장하는데 필요한 한 두 명의 인원만이 아니라 팀 전체를 통째로 뽑아오는 '피라미드형 스카우트'까지 쉽게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극심하게 모자라는 정보통신이나 웹 관련 기술 인력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로 가기 위해 이미 출근이 정해진 회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고용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직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뺏고 빼앗기는 '스카우트의 악순환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본으로 지켜야 할 '기업윤리'라는 말은 껍데기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존 네샤임 회장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하라고 지적한다.

첫째 고용주는 직원을 채용하는 첫 날에 반드시 한 명도 빠짐없이 '비밀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라.

특히 재무,운영 담당자에게는 회사와 관련된 문서가 개인이 아닌 회사의 자산임을 인지시키고 비밀 유지를 위해 통제하라.둘째 피고용인이 회사를 떠날 때는 어떤 것도 복사하거나 가져가지 마라.자칫 '부주의한 행동이 회사의 기밀을 훔치는 도둑질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시켜 그 가능성을 차단하라.퇴사 전까지 일했던 파일이나 컴퓨터로 작업한 디스켓과 문서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회사에 알려 줘야 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채용보다 내부 직원의 전직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며,인사부의 역할은 직원 채용보다 좋은 인력을 어떤 방법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