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사건이 터질 때만 변호사를 찾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기업 법률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잘못된 법률 관행에 대한 따끔한 충고와 조언들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 활동을 한 백선우 사법연수원 교수(한국타이어 법률자문)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에서는 변호사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제공하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서야 찾는 경향이 있다"며 "변호사는 리스크 예방 담당자라는 인식을 기업 오너부터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임원이 계약서도 읽지 않고 서류에 사인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며 "계약을 우습게 알다가 문제가 터지면 권위로 누르거나 비법률적인 방법으로 무마해왔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충고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들에게도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변호사들이 법률시장 개방을 두려워 하고 있는데 판·검사 마인드로 안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되는 길을 찾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바꾸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내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오랫동안 일한 유니스 김 한국 씨티은행 부행장보는 기업에 고용돼 일하는 사내변호사(In-House Lawyer)의 역할이 외부 변호사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사내변호사가 비즈니스의 법률적 리스크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입안하는 등 고위경영진에 대한 주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집단소송제의 도입으로 손해배상금액이 급증하고,정부의 징계 수위는 더욱 강력해지는 추세"라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가 영업에 미치는 손실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는 현재 2만3540개 기업에서 7만1702명의 변호사(2004년 기준)가 일하고 있다.

기업당 변호사가 3명 정도로 사내변호사가 보편화돼 있는 셈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