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수요위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권 분양시장에 이른바 '깜깜이 청약'이 다시 등장했다.

깜깜이 청약이란 수요자들이 순위내 청약(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점을 활용해 모델하우스 개장과 동시에 선착순 계약을 받는 방식으로 통상 불황기에 자주 사용되는 아파트 판매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현진에버빌은 지난 17일 모델하우스 개장과 동시에 곧바로 선착순 계약을 시작했다.

공식 청약 접수일은 지난 11일로 모델하우스 개관 전에 이미 청약접수와 당첨자 발표 등을 모두 마쳐 놓은 상태였다.

현진이 이처럼 '청약 건너뛰기'전략을 사용한 것은 순위내 청약접수를 받아봐야 1·2순위 통장을 쓰려는 수요자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진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침체돼 있는 지방에서는 어차피 3순위나 미분양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공식 청약접수는 형식적으로 마감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선착순 계약 마케팅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1·2순위 청약 접수자가 적은 데다 미분양분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연 뒤 청약신청을 받고 계약까지 마치려면 최소한 5일이 걸리는 데 이 기간동안 마케팅 비용을 쓰고 나면 정작 미분양 마케팅 비용이 부족할 때가 많다"며 "이 때문에 지방권 아파트는 입주자모집공고를 작게 내 조용히 청약을 받으면서 '실탄'을 한 푼이라도 아껴뒀다가 모델하우스 개관 직후 곧바로 선착순 계약을 시작하는 곳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