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생협력(相生協力)을 강조하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른바 재하청업체들은 나아지기는커녕 어려움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 때문에도 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회의가 더욱 관심을 끈다. 고유가 환율하락 등으로 비상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기업들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은 반면, 이들 중소기업은 말로만 상생일 뿐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인 것이다.

물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생협력이 하루아침에 만족할 정도로 개선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생협력의 가장 큰 적으로 간주되는 부당 하도급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 배경에는 1차에 그치는 게 아니라 2차 3차 4차, 심지어 5차까지도 내려가는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하청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1차 하청업체의 경우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조하면서, 또 대기업 스스로 장기적 파트너십을 추구하면서 어느정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1차 이후 하청업체들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 현금결제,부품소재 및 연구개발 지원 등의 혜택을 주더라도 1차에 머물고 마는 반면,단가 인하 등으로 인한 고통은 2차 3차로 가면서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부담까지 모두 대기업에 전가(轉嫁)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이 문제야말로 정부가 고민해야 할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고,산업기반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면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번 청와대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투자가 부진하면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업활동이 왕성해야 한다. 얼마전 LG필립스LCD 파주공장이 준공되면서 부품업체들을 포함한 클러스터가 가능해진 건 그 좋은 사례다. 기업 출자를 제한하고,수도권이란 이유만으로 투자를 못하게 하는 그런 기업 규제들은 하루빨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