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증시에서 우량주로 인정받던 이탈리아 프로 축구리그 소속 유벤투스 클럽의 주가가 승부 조작 파문으로 급락하면서 이탈리아 증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유벤투스 단장인 루치아노 모지가 이탈리아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통화한 녹취록이 최근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2004년 8~9월 녹음된 이 녹취록에는 모지가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1부인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 주심 배정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의 행정에도 암암리에 손을 써왔다는 정황이 담겨져 있다.

또 검찰 수사에서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파장이 커지면서 지난주 밀라노 증시에서 유벤투스 주가는 30%나 떨어졌다.

증시 당국은 유벤투스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기 위해 몇 차례 주식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축구계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액의 축구 경기 TV 중계권과 후원 계약은 물론 관광이나 개발 사업들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높은 구단으로 이름을 날려온 유벤투스는 이번 스캔들로 100여년의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세리에A'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불상사가 실제로 일어나면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후원금은 물론 TV 중계권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캔들은 스포츠와 증시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증권 당국은 축구 클럽 주식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라노 증권 당국은 이미 주가 하락 범위를 10%에서 5%로 줄였으며 이번 주엔 3일간 주식 거래를 중단할 방침이다.

유벤투스 주가는 지난 주말 1.51달러에 마감됐다. 스캔들 발생 이전엔 2.57달러 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