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행 상속·증여세제를 개편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지난 18일 "상속세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 재경부가 마련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는 이 같은 발언과 정반대의 내용이 담겨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방안은 "세계적인 흐름은 상속·증여세를 폐지·완화하는 추세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형'에서 '유산취득세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재경부는 이런 방안이 여러 가지 의견들 중 하나에 불과하며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속세 체계를 누진적 성격이 강한 유산세형 대신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산취득세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개별적 근거들을 자세하게 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유산세형 상속세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남긴 유산 총액에 대해 과세하는 반면 유산취득세형은 상속인이 실제 받은 재산에 대해 개별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70세의 노인이 다섯 명의 자녀에게 50억원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을 경우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현행 상속세제는 50억원의 유산총액에 대해 누진적 과세를 하게 된다.

반면 유산취득세형으로 전환할 경우엔 각각의 자녀들이 받은 10억원에 대해 분할 과세가 이뤄지므로 세금이 줄어든다.

문제는 정부의 속내인데 좀처럼 읽기가 쉽지 않다.

정부 산하의 조세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만우 교수는 "위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은 현행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같은 위원인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그런 공감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