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로넥스트,나스닥과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미국과 유럽의 초대형 증시가 통합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만 이 같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가 '우물안 개구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NYSE,유로넥스트 합병 제안

세계 최대 증시(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인 미국 NYSE는 22일 유럽 2위인 유로넥스트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102억달러에 유로넥스트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유로넥스트 주주들은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NYSE의 인수제안을 논의 한다.

유로넥스트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4개국에서 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미국과 유럽 증시가 통합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증시의 주식 거래대금은 월간 기준 2조1000억달러로 나스닥의 2배에 달하게 된다.

또 통합 증시의 기업가치도 200억달러(19조원) 이상에 달해 시카고상품거래소(156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증시 중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증시 통합은 세계적 대세

전문가들은 두 증시의 통합에 대해 세계화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거래소의 세계화'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거래소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적 유망기업을 많이 상장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거래소도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화돼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이번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탄 데는 최근 미국 나스닥이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 25%가량을 확보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나스닥과 LSE의 통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NYSE와 유로넥스트가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독일증권거래소도 유로넥스트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NYSE는 올해 초 미국 내 전자거래소인 아키펠라고를 합병하기도 했다.

비용 절감도 증시 통합이 추진되는 한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NYSE와 유로넥스트간 합병이 성사되면 인력 조정은 물론 사무실 통·폐합으로 합병 직후 첫 2년간 2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NYSE와 유로넥스트가 전산을 통합할 경우 추가로 1억500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증시만 '왕따'

아시아 증시는 이 같은 세계적 증시 통합 흐름에서 소외된 채 사실상 자국기업만을 위한 증시로 전략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말 기준으로 도쿄 증시는 세계 2위 증시지만 전체 상장기업 중 외국기업은 1%인 27개사에 불과하다.

NYSE(450개) 나스닥(330개) LSE(334개) 유로넥스트(266개) 등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증시보다 훨씬 낮다.

도쿄증시의 외국기업 수는 1980년대 말 130개에 육박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8090억달러로 13위지만 해외 기업은 단 한 곳도 상장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증시가 명실 상부한 글로벌 증시로 거듭나고 있지만 아시아 증시는 '내수용'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