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 인수는 '토종 할인점'의 완승이자 이마트가 할인점 시장 1위 굳히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랜드가 한국까르푸를 1조7500억원에 접수한 데 이어 월마트마저 신세계그룹에 넘어감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가 글로벌 1,2위 유통업체를 모조리 안방 시장에서 완패시켰음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와 까르푸 모두 '창고형 매장'을 고집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점을 패인으로 꼽고 있다.

월마트 왜 철수하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년 영업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철수 요인이다.

월마트코리아는 지난해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56억원) 대비 86% 늘어난 것.매출도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게다가 한국에 진출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매장수가 16개에 불과,외형에서도 국내 5위로 뒤처졌다.

남옥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월마트코리아는 매장들이 대부분 핵심 상권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탓에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월마트가 '중국 대전(大戰)'을 준비 중이라는 점도 한국 철수의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에만 중국에 13개 매장을 열었으며 올해도 전 세계에 신설할 매장 100곳 가운데 20곳을 중국에 집중키로 하는 등 1위 업체인 까르푸(73개)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승산 없는 한국에서 하루빨리 철수,'실탄'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유통업체 한국서 참패

전문가들은 월마트와 까르푸의 한국 시장 '공략'이 실패한 공통 원인으로 어설픈 현지화 전략을 꼽는다.

'창고형 매장'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 시장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것.

올 1월 월마트코리아가 용인 구성점을 새단장하며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창고형 인테리어'를 없앴고 같은 달 한국까르푸 역시 32번째 점포인 화성시 병점점을 아예 처음부터 백화점식 인테리어로 꾸민 것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한국형 매장의 승리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에서 통하면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해외 유통 메이저들의 오만이 실패를 자초한 셈이다.

이마트,1위 질주 가속화

매장수 79개로 국내 할인점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마트의 1강(强)체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마트는 월마트 인수로 2,3위권 업체인 롯데마트,홈플러스와 비교해 총매출,매장수 등에서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앞서게 됐다.

이마트의 매장수는 95개로 2위인 롯데마트(45개)의 배를 넘으며,총매출(2005년 기준) 면에서는 8조9000억원으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합친 수치(7조9000억원)를 훨씬 넘어선다.

남옥진 연구위원은 "국내 할인점 입지가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시장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