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 뒤의 배후를 찾아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행보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표 테러범인 지충호씨(50)의 범행 동기와 음주 여부에 대한 초기 경찰 발표가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합수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더구나 5.31 지방선거 전에 사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합수부는 사건을 맡은 당일인 21일 밤 늦게 지씨와 유세현장에서 난동을 부린 박모씨(52)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22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테러인가 돌출행동인가

합수부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지씨의 범행 동기다. 경찰은 전날 "지씨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약 15년의 실형을 살았고 억울함을 관계기관에 진정해도 도움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으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씨가 사건 당일인 20일 오전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연락해 유세일정을 알아내고 문구점에서 문구용칼(커터칼)을 구입한 뒤 지원유세를 나온 박 대표를 기다리는 등 사전에 범행 계획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합수부는 지씨의 진술과 지씨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경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단 지씨의 범행 동기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검은 배후가 있나

합수부가 범행 동기와 함께 파헤쳐야 할 또 다른 의혹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지씨와 함께 붙잡힌 열린우리당 기간당원 박씨와 지씨와의 공모 여부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씨와 박씨 외에 1명이 더 소란을 피우다 달아나는 등 3~4명의 공범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사실인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 두 의혹을 밝힌 뒤 합수부가 최종적으로 실체를 가려야 할 대목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실제 합수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는 구속영장 청구에 수사를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배후세력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의문점은 16년간 복역한 지씨가 여당이나 정부가 아니라 하필 야당인 한나라당에 극단적인 행동을 저질렀느냐는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인 지씨가 70만원 상당의 고급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수사과정에서 지씨의 범행을 지원한 배후세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5.31선거는 물론 향후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정인설.김현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