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전매 제한 강화가 사실상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어 중소·영세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1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매입한 토지에 대해 용도별로 전매 제한 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2~5년으로 크게 강화하면서 법인에 대해서는 도산할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해 소유권 이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허가구역 내에 토지 또는 토지 지분이 있는 시설을 가진 기업들은 문을 닫지 않는 한 거래를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더욱이 전매 제한 조치는 일반 중소·영세 업체들은 물론 정부 산하기관이 벌이는 공단과 연구단지에 입주하는 업체에도 예외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체 국토의 21.65%인 총 65억4000만평에 달해 전매 제한은 또 다른 기업활동 규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또 다른 기업 규제

22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단지공단이 지난해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추진해온 미니공단 분양은 전매 제한 규정에 걸려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 매입한 공단부지 중 일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어 이 땅을 매입하는 업체는 4년 후인 2009년까지 매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공장용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자동차부품 납품 업체인 화성 팔달면의 K사는 인근 토지를 매입해 설비를 확장할 예정이었으나 전매 제한에 발이 묶이는 것을 우려,계획을 포기했다.

특히 수도권 신규 공장용지는 개발업체가 비교적 허가를 받기 쉬운 임야를 매입해 성토와 축대작업 등을 거쳐 중소기업들에 분양해 왔으나 전매 제한 강화로 장기 보유가 불가피해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개발업체는 땅 소유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땅을 개발한 뒤 중소기업에 분양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영세상인들의 고통도 심하다.

김준현씨(42·가명)는 이달 초 화성에 있는 용접봉 도·소매 점포를 웃돈 없이 당초 분양가에 팔려고 내놨다가 시청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아 낭패를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하면서 10평 남짓한 상가 토지 지분을 등기 이전한 것이 문제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분할한 토지는 면적에 관계없이 분할 후 최초 거래에 대해서는 전매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 출연연구단지도 규제

산업자원부와 인천시가 출자해 인천 국제자유구역 내에서 내년에 완공하는 연구단지(송도 산업기술연구집적센터)도 예외가 아니다.

해당 지역이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규제를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구단지를 추진하는 송도 테크노파크재단 관계자는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는 재단측의 실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투기가 불가능한데도 4년간 전매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전매 제한 융통성있게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허가구역 내 전매 제한을 보다 융통성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업체에까지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화성 파주 등의 경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도 "공단 차원에서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투기성이 적고 공익성이 뚜렷한 사업이라면 지자체에서라도 허가를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투기 방지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엄격한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토지정책팀 관계자는 "전매 제한과 관련, 하루에도 30통 이상 전화가 걸려오는데 대부분 매각 사유는 자금 문제"라며 "선의의 피해자도 있을 수 있지만 현행법 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