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융통성 있게 재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시정하겠다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改革) 의지가 또다시 후퇴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정부는 현재 소득의 9%를 내도록 돼 있는 연금보험료를 15.9%까지 높이고, 급여의 60%로 돼있는 연금지급액을 50%까지 각각 순차적으로 낮추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유 장관의 발언은 '더 내고 덜 받게'하는 형태의 기존 개혁방안에서 크게 물러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정말 국민연금의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게다가 유 장관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혜택을 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각지대 해소,고령자 빈곤 지원 등을 위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고갈 우려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처럼 수혜대상을 넓히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뜻도 있어 보이지만 인기를 의식한 정치권의 주장에 연연하는 것은 퍼주기식 복지 확대일 뿐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처럼 수입은 줄고 지출을 늘리는 쪽으로만 진행된다면 연금제도의 부실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한층 가중(加重)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연금 개혁의 전제 조건으로 평가되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에 대한 개혁논의도 말만 무성할 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 아닌가.

더욱 걱정스런 것은 정부 스스로도 파산(破産) 가능성을 우려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연금 급여에 대해 국가가 지급한다는 내용을 개정안에 넣겠다"고 했지만 이는 연금 지급불능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임이 분명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연금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주무장관이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정말 굳건한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갖게 한다.

누차 강조했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마찬가지다.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거나 당리당략을 따지며 문제를 피해 다녀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