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정년퇴임을 앞둔 작가 문순태씨(65·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소설집 '울타리'와 산문집 '꿈'(이룸)을 동시에 펴냈다.

소설집은 '사모곡'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이 배어있다.

작가는 지금도 93세인 어머니가 지어주는 밥을 먹고 빨래한 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체험적 진실에 기초한 듯한 그의 이야기 속 어머니들은 이제는 점차 낯설어지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들이다.

수록작 중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에는 어머니의 냄새를 못견뎌 하는 아내가 등장한다.

작가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말을 빌려 어머니의 냄새를 '에미가 자식놈들을 위해서 알탕갈탕 살아온,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는 말로 표현한다.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가부장제 아래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 가족을 든든히 감싸는 울타리였어요.

점점 잊혀져 가는 농경사회 어머니 세대의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미덕을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산문집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서의 자기성찰,그리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쏟아지는 인파를 보며 시골길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을 떠올리고,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보며 시골 우물가를 떠올리는 작가의 글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미덕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씨는 "대학을 떠나면 거추장스러운 교수의 옷을 벗고 작가로서 완전한 자유인이 될 것이다.

수염도 기르고 싶고 청바지도 입고 싶다.

후미진 산골짜기에 핀 작은 깽깽이풀꽃이나 코딱지꽃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꽃들이 톡톡 쏘아 대는 향기에 취하면서,내 멋대로 한번 살아 볼 것이다.

작가에겐 정년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