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의 새 수장이 '이노베이트(변혁) 일본'을 주창하고 나섰다. 정부에는 몸집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행정개혁을 요구했다.

일본게이단렌의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70)은 25일 NHK 등 주요 언론사와 취임 후 첫 회견을 갖고 "세계 각국 사람들로부터 매력을 끄는 희망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변혁을 주창하고 "이를 위해 하이테크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급증하는 M&A(기업 인수·합병)와 관련,"회사를 강하게 만드는 인수는 찬성하지만 적대적 M&A를 한 뒤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적대적 M&A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일본식 경영의 요체인 종신고용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옹호하고 "그러나 재무와 연구개발 등은 국제 표준에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 이슈로 떠오른 소득 격차 문제에 대해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된 기본 원리가 경쟁이기 때문에 격차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한 뒤 "다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을 받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한 번 패한 사람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정치권과 지나치게 가까웠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정치권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후임과 관련,"구조 개혁을 계속하는 인사가 나와주길 바란다"면서 "권력이 지방으로 더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신사 참배 문제는 정치권에서 결정할 문제로 게이단렌 차원에서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948년 옛 게이단렌 출범 후 중후장대한 산업이 아닌 하이테크 업종에서 재계 대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1995년 사장으로 취임해 캐논을 세계적 하이테크 업체로 성장시켰다.

사장 취임에 앞서 미국 현지 법인에서 23년간 근무한 '미국통'이지만 동양적 가치관도 중시해 합리적 경영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전 7시면 회사에 나와 일할 정도로 업무에 철저하며 주말은 어김없이 골프를 즐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