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호전되는 경제 상황에 발맞춰 자국 통화 루블화의 위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러시아가 오는 7월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개최에 맞춰 루블화의 태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위해 환율변동 관련 제한조치 중 아직 남아있는 규제들을 대폭 철폐할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는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 이후 외환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자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25%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외환 규제를 엄격히 시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국제원유 가격의 급등으로 러시아 경제와 정부재정이 몰라볼 정도로 건전해짐에 따라 루블화에 대한 규제를 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러시아 하원도 지난 24일 일반 상점이나 식당,기업체 등에서 달러화 등 외국 통화로 가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심의,찬성 375,반대 2,기권 1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장관 등 공무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때 달러화나 유로화 등으로 환산해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동시에 가결시켰다.

이 같은 움직임은 루블화를 국내는 물론 국제적 결제수단으로 '명예회복'하게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루블화는 초(hyper)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으며 거래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미국 달러화와 독일 마르크화가 대체 통화로 사용돼왔다.

러시아 정부는 1990년대 말 이들 외국 통화를 통한 거래를 금지했으나 실효성이 없었다.

최근까지도 기업체들은 여전히 달러나 유로화로 상품가격을 표시해왔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 경제 상황을 반영,올 들어 달러화 대비 7% 오른 달러당 27.012루블(지난 24일 종가)에 거래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