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5일 남측에 전통문을 보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2차 회의를 다음 달 초 제주도에서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이에 따라 북측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된 남북 철도연결 시험 운행이 경협위에서 본격 재논의될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이 오늘 전통문을 보내와 제주 개최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며 "다만 날짜를 다소 늦추자고 수정 제의해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협위는 올해 남북관계 전반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협위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문제를 논의하는 상위 회담인 데다 이번 회의에는 경공업·지하자원 협력,개성공단 건설 등 주요 현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열차 시험운행 약속 파기로 경협위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경협위를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한 것은 경공업 원자재의 현실적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북측이 철도 연결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에 대한 군부의 답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장에 나왔을 경우다.

우리측은 북측의 요구를 선선히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선 북측에 결자해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고 여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험 운행에 대한 합의 이행을 전제로 경협사업 일부를 그에 상응하는 조건으로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북측 역사 건축 마무리에 필요한 50억원 규모의 추가 자재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물론 북측의 비누 신발 등 경공업 원자재 지원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다만 이번 경협위에서조차 양측이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돌아설 경우 남북 관계의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협위가 열린다면 북한 내부의 입장 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일단 북측의 입장 변화에 따라 우리측 대응 수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