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한국제약협회 회장>

제2의 개항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요즘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우리 경제가 미국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반대의 시각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세계 10위 교역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양자 간 FTA를 도외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농업이나 제약과 같은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특히 제약산업이 여타 산업과의 분쟁 해결을 위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줄 것을 바란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후진국이 사실상 진입하기 불가능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산업인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도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등 국가 보건의료 분야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쓰일 약을 생산하는 제약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약 주권을 포기하는 협상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양국 협상에 참여하는 관료 중에 혹시 보건복지부 관료가 배제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보건부 관료가 빠지고 의약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통상법률가가 대신 참여함으로써 제약산업 분야에서 큰 손실을 보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의약품의 특성을 알고 제약산업을 이해하는 보건복지부 관료를 협상에 참여시키기를 바란다.

호주의 경우 미국과의 FTA 체결은 총리가 당선되는 정치적인 효과 외에 산업에 도움되는 효과는 없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우리도 정치 일정에 맞춰 조급하게 추진하다가는 국가적 큰 손실을 자초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중국과 먼저 FTA를 체결할 수 있다는 사인을 전략적으로 미국 측에 흘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준비를 단단히 해 실제 협상에 들어가서는 하나를 양보하면 하나를 얻는 전략을 고수하길 바란다.

미국은 그동안 호주를 비롯 칠레 싱가포르 등 자국 내 제약산업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국가들과의 협상시 철저하게 준비해 정형화된 입장(position)을 갖고 공격하기 때문에 협상국들이 수세에 몰렸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측에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