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10억원.

변호사나 펀드매니저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이대수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FC·35).

국내 보험업계에서 연간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50명 내외다.

이씨가 보험업계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씨는 작년에 5억원을 벌었지만 지난해 맺은 계약 수수료가 올해 추가로 5억원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보험설계사를 한 것은 아니다.

화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기에 입사해 첫 5년은 국내영업과 수출부서,마지막 2년 반은 홍보부에서 근무했다.

성실함과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으로 주변 사람들이 보험영업 쪽에서 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 때 삼성생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보험영업은 개인사업과 같아서 하고싶은 만큼 일하고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온다는 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전공했느냐는 상관없는 셈이죠."

이씨는 삼성생명에서 진행하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설명회를 세번 듣고나서 면접을 봤다.

첫 달 월급은 200만원.

이 금액에서 열달동안 매월 20만원씩 깎여 나간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열달 후 소진되면 보험설계사의 수입은 자신이 따낸 계약의 수수료 만으로 채워진다.

수입은 철저하게 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보험영업은 일종의 소개사업이다.

일을 시작할 때 여러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그 고객들의 소개로 보험설계사의 영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씨도 첫 세달 동안은 아침 6시까지 출근해서 회의를 한 다음 바로 고객들을 만나러 나갔다.

아무리 늦게 끝나도 다시 회사로 들어와 일과 정리를 한 다음 퇴근했다.

하루 수면 시간은 3시간 내외.

한 번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차를 운전하던 도중 깜박 잠이 들었다고 한다.

깨어보니 어느 빈 공사장 앞.

어떻게 그 곳까지 운전해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사건 이후에 아내한테 양해를 구하고 회사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산 침낭에서 밤을 보내고,아침에는 근처 사우나에서 씻었다.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들어갔다.

그 결과 삼성생명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63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회사 창립 이래 최다 기록이었다.

보험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고객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도 이 업종의 특징이다.

고객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편하게 보험설계사를 소개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의 가장 큰 장점은 당장 계약을 따내려고 애쓰기보다 꾸준히 고객과 함께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그의 고객 대부분은 만난 지 2,3년 후에 계약을 맺었다.

고객과 만난 후에 어떠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기록해두고 자료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번 만남에서 고객의 관심 분야에 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고객을 위해 준비하는 자료는 재태크,스포츠에서부터 문화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야 한다.

그래서 이씨는 업무 외 대부분의 시간은 고객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 데에 보낸다.

현재 그의 컴퓨터에 저장된 고객만 1200명.

이씨는 항상 3개 정도의 대체 일정도 준비해 둔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이씨와 한 약속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종종 변동사항이 생기는 이유에서다.

그는 "고객이 경제적으로 좋아질수록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이득입니다.

고객이 손해 보는 상품을 절대 권할 수 없죠"라며 보험설계사의 덕목으로 '정직'을 강조한다.

이씨는 미래에 고객의 자산 투자와 세무설계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종합자산관리회사를 차리는 것이 꿈이다.

"보험회사에서 영업이 곧 분리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향후 10년 안에 제 회사를 가지는 게 꿈입니다.

그때는 변호사와 회계사까지 모두 제 회사에서 일하게 되겠지요."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