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자산관리서비스(PB)와 한방병원까지 들어서고,로비는 고풍스러운 도서관 분위기로 바뀌고….특급 호텔들의 '리뉴얼 경쟁'이 뜨겁다.

신라,롯데,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등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이 짧게는 6개월에서 2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것.

신라호텔은 '라이프 스타일 호텔'을 표방하며 기존의 호텔 개념을 뒤집는 파격적인 부대시설들로 탈바꿈했다.

5년의 준비 기간과 2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27일 첫선을 보인 신라호텔은 수면 클리닉,한방병원,피부과,치과,노화예방 클리닉은 물론 PB,여행사,스튜디오,컨퍼런스 센터 등을 갖췄다.

서울 도심에 있는 롯데호텔은 올초부터 진행한 5개월간의 로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22일 14층으로 이전한 로비를 선보였다.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듯한 450평 규모의 새로운 로비를 만드는 데 30억원의 공사비가 투자됐다.

이정렬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은 "아랍계 대사들에게 두바이 호텔에서도 보지 못한 인테리어라는 호평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도 2년 전부터 시작한 535개 객실,15개 연회장 등에 대한 전면 개·보수를 마치고 이달 초 새로워진 면모를 공개했다.

한스 올버츠 총지배인은 "세계적인 호텔의 인테리어 트렌드는 모던함과 친환경 소재가 강조된 자연스러움"이라며 "이를 반영해 카펫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원목으로 대신했으며 숨쉬는 벽지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급 호텔들이 약속이나 한듯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땅값 상승 등으로 객실 규모 확대가 어려워지자 '질(質)'적인 고도화에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환 경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서울 시내에 특급 호텔을 하나 지으려면 객실 하나당 3억∼5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정도로 투자 부담이 커졌다"며 "1973년 워커힐의 민영화를 시발점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양적인 팽창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한 가지라도 특색 있는 차별화 요소를 통해 질적인 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신라호텔 차장은 "고객의 수준이 업계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단순히 고급스럽다는 것만 갖고는 경쟁에서 이기기 힘든 상황이라 호텔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복합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