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고려대 교수·경영학>

최근 재계가 제기한 과도한 상속세 문제가 신세계의 '1조원 증여세 납부'발표와 맞물려 재벌기업의 상속 및 경영권 대물림에 관한 논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재계는 대주주의 경우 상속세율이 최고 65%에 달하는 등 과도하게 높아 기업인의 의욕을 꺾어 결국 국내투자 및 고용부진 등의 부작용만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현대차 사태의 근본원인도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여 무리수를 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정부는 상당수 재벌그룹이 상속세를 제대로 낸 경우가 거의 없으며 지금도 재벌 2,3세에 부와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한 편법,불법 주식관련 거래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매우 상반된 것이지만 양쪽 모두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아이로니컬하게도 서로 일정부분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자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아직도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보편적 정서다. 재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상속세가 높다 보니 정상적 방법으로는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겨주기 힘들고 그 결과 참여연대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편법을 통한 상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높은 상속세율과 편법상속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나 시민단체는 높은 상속세율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데 동의해 줌으로써 한국의 대표기업들에 대한 비난의 핵심에 있는 편법 혹은 불법상속 문제를 해결해 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소유권 상속과 경영권 상속의 문제를 따로 놓고 보아야 한다. 경영권은 소유권과는 맞물려 있지만 다른 차원의 이슈이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감독이 바뀌는데 따라 팀의 성적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조직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2세가 경영능력이 있다면 주인의식이 있는 2세가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은 기업주는 자식의 경영능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세가 대학(원) 졸업 후 바로 부친의 기업에 입사해 고속승진을 한다고 해서 시장에서는 2세가 경영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식보다는 상당기간 유명 다국적 기업 등에서의 근무경험과 그 기업에서의 성과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능력있는 2세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시장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벌그룹의 상당수가 2세, 3세로의 상속 때 납부한 상속세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는 금액이 아니었다는 점에 대해 재계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03년 교보생명 일가가 1300억원이라는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적이 있다.

절세 운운 혹은 문제가 된 후 수천억원을 사회에 공헌하는 식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남보다 높은 지위에 있거나 좀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자발적으로 법을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isse Oblise)의 모습을 보여 줄 때 상속세 인하 혹은 2세에게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상속세 인하와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극단적 대결보다는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서 해결책 마련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