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성수기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됐어.차들이 그대로 남아 있잖아.이틀에 겨우 한 대 팔려."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교 근처에 있는 장안평 중고자동차 매매 시장.20년 넘게 장안평에서 중고차를 사고팔아온 이 모 사장(72)은 텅 빈 2층 사무실에 앉아 1500대의 차가 꽉 들어찬 '마당'(매장)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2∼3년 전만 해도 10명이나 되는 직원들로 북적거렸지만 적자를 견디다 못해 얼마전 경리 아가씨까지 내보냈다.

그는 "5월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가 많아 중고차 시장에서는 성수기인데 손님 코빼기도 보기 힘들어.이젠 손을 털어야 하는데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라고 푸념했다.

1979년 문을 연 이후 국내 대표적 중고차 매매시장으로 자리잡아온 장안평 중고차 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유가 폭등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탓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간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장안평 시장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장안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현재 장안평에는 64개 업체 500여명이 6000여평의 시장을 지키고 있다.

올들어 시장 전체의 하루 판매량은 평균 48대.한창 때(200대)에 비해 4분의 1 이하로 축소됐다.

지난 1분기 판매량은 3830대로,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6대가 덜 팔렸다.

하루 한 대도 거래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보니 입주 업체의 절반 정도는 매월 수백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김 모 사장(48)은 "한창일 때는 하루 200∼300대가 팔려나갔다"며 "지금도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반가량은 석 달을 넘긴 골칫덩이들"이라고 털어놨다.

중고차 매매 20년 경력의 원 모씨(42)는 "그나마 돈 있는 사람들은 매장을 정리하고 식당을 차린다"고 전했다.

장안평뿐만 아니라 다른 중고차 매매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중고차 매매상으로 구성된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해마다 20여개 회원 업체가 스스로 문을 닫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0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2년 전국 4710곳에 달했던 중고차 매매업체는 작년 말 현재 3951개로 줄어들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중고차는 흔히 경기가 안 좋을 때 잘 팔리는 것 같지만 경기가 살아나야 거래가 활성화된다"며 "최근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