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운영기관 전환 후 특허청의 달라진 분위기를 회의실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특허청 간부들은 대전청사 14층 간부회의실로 들어설 때마다 벽 한 쪽 면에 걸린 '6시그마 변화혁신 프로젝트 상황판'부터 쳐다본다.

커다란 게시판에는 각 부서에서 진행 중인 25개 혁신과제 추진 현황이 세 가지 색깔로 표시돼 있다.

파란색은 '정상', 노란색은 '지연', 빨간색은 '경고'의 표시다.

빨간 딱지가 붙은 과제의 주관 부서장은 전상우 청장이 주재하는 회의 내내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6시그마 프로젝트에 대한 청장의 관심은 매우 각별하다.

오후 3시에 시작된 6시그마 과제 발표를 저녁 식사도 거른 채 여섯 시간 동안 들었을 정도다.

각 과제가 기업형 조직으로 거듭난 특허청의 미래를 좌우할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6시그마 BSC를 비롯 각종 혁신 프로젝트는 책임운영기관 전환에 맞춰 신설된 경영혁신단에서 맡고 있다.

중앙부처 조직에 '행정'이 아닌 '경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기업 경영 논리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허청 혁신의 지향점은 고객이다.

지난 3일 발명가,기업 관계자 등을 초청해 '고객감동경영 선포식'을 가진 것도 앞으로 고객이 특허청의 존립 기반이라는 점을 명확히하기 위해서였다.

조만간 고객서비스본부도 출범한다.

최근에는 고객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허료와 우선심사 신청료도 인하했다.

기업형 조직으로 바뀌면서 성과주의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특히 성과에 따른 상여금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종균 경영혁신단장은 "올 연말에는 같은 5급 사무관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800만원 정도 차이 날 것"이라며 "초과 수익금이 성과급으로 배분되는 내년부터 이 격차가 1000만원 이상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성과 평가에서 최고 S등급을 받은 사무관이 1000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챙길 때 최하 C등급은 한푼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 청장은 "몇 년 안에 심사관들 중에서 나보다 연봉이 많은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무능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계획이다.

전 청장은 "성과 최하위 그룹에 두 번 연속 포함된 공무원은 재교육시킬 예정"이라며 "그래도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퇴출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조직,인사,예산 운용과 관련된 행정자치부 중앙인사위원회 기획예산처와의 불협화음은 특허청을 '무늬만 책임운영기관' 상태로 전락시킬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계급제를 원칙으로 하는 정부 직제가 직군·기능별 인사시스템 도입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책임운영기관의 자율폭은 탄력적 운영이 가능할 만큼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새로운 조직 형태를 도입했으면 그에 맞는 판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