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태국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치료받으러 가는 환자들이 엑소더스(exodus,대이동) 같은 행렬을 이루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한국은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력 부족, 홍보부족,쉬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미비 등으로 외국 환자들을 유치하지 못해 미국인들의 의료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위탁)이나 의료관광(medical tourism) 등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태국의 범릉랏 병원은 지난해 미국인 환자만 5만5000여명을 진료했다.

전년에 비해 30%나 증가한 것.과거엔 주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미국인 환자의 83%가 비성형 분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심장수술 같은 중병환자들을 거뜬히 치료,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최대 민간병원그룹인 파크웨이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진료비가 병원 전체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인들이 이들 동남아 국가로 의료 관광을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값싼 의료비 때문이다.

타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선 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고 전체 근로자의 25%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동남아 지역의 병원 진료비는 미국 병원의 5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자영업자로 의료보험이 없는 로스앤젤레스의 위플래시씨는 목 디스크 수술을 받기위해 9만달러가 든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을 통해 범릉랏 병원을 예약,1만달러에 미국에서 훈련받은 의사한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영어를 쓰는 싱가포르는 언어적으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 이들 동남아 병원들은 미국 호주 등지에서 교육을 받은 의료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으며 시설도 좋은 편이다.

미국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고려,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치료를 이들에게 맡기는 '의료 아웃소싱'까지 검토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포장업체 '블루리지'는 최근 인도 지역에 병원의 수준과 신뢰성을 점검하기 위해 직원을 보냈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 환자 유치에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드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글로벌 의료 시대에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서울시와 6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총 10만7244명이었으며 이 중 외국에서 찾아온 환자는 고작 757명(0.7%)에 불과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의료 기관들도 동남아 병원과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외국어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등 인프라 구축과 적극적인 해외 홍보 활동이 시급한 때"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