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정책적 골간을 짜온 김병준 정책실장이 3년5개월 만에 일단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떠났다.

김 실장의 사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장기 근무로 본인이 쉬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혔고,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소 다르다.

노 대통령이 한명숙 총리를 임명할 당시 실제로 속마음으로는 김 실장을 총리로 전진배치하고 싶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김 실장에게 '휴가'를 준 뒤 정책실장보다 더 비중 있는 중책을 맡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국회 인준 때문에 여성인) 한 총리를 임명하긴 했지만 대통령 입장에선 총리로 쓰려했던 특급 참모"라며 "그 격에 맞는 또 다른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조만간 경제팀을 비롯한 개각이 단행될 경우 김 실장이 경제부총리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총리가 정책관리 측면에서 '2%' 부족한 만큼 김 실장이 경제팀장이 되면서 김영주 국무조정실장과 팀을 이뤄 양극화 해소,부동산 안정,한·미 FTA 추진 등 현정부에서 남은 '3대 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교육부총리로 기용될 가능성도 함께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천정배 법무장관이 지방선거 후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부분 개각이 불가피해지며 이때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재기용될 것이란 설도 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했던 권오규 경제정책수석을 3년반 만에 차관급에서 장관급인 정책실장으로 승진시키고 이 자리에 윤대희 경제정책비서관을 연쇄 승진시키면서 정책실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추진하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김병준-김영주-권오규 트리오가 노 대통령 후반기의 정책과제 마무리 팀이 되는 셈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