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등단한 작가 송은일씨(42)가 첫 창작집 '딸꾹질'(문이당)을 펴냈다.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소소한 일상과 삶의 내밀한 의식을 뜨거우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묘사해낸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진진하지만 과장되지 않아 친숙하게 읽히는 점이 특징이다.

첫 머리에 실린 '37도 2부'는 얼핏 이혼 후 연애담 수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37도 2부의 체온을 가진 숙주'라는 특유의 모티프를 통해 사뭇 흥미로운 전개양상을 보여주는 작품.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은 한 이혼녀와 그를 둘러싼 남자들과의 애증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결혼과 이혼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너무 아름다운 예외'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강간했던 한 남자와 '예외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다. 현대인의 잠재의식에 각인된 트라우마가 외상후불안장애로까지 치닫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사실을 과장되지 않게 표현해 선정적이거나 생경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표제작인 '딸꾹질'의 주인공 인자는 첫남편의 폭력으로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고 이 충격으로 지독한 딸꾹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딸꾹질은 심한 경우 사나흘씩 가기도 한다. 인자가 버리듯 두고 온 전남편의 아이와의 만남을 외면하는 반면 아이는 끈질기게 모성을 갈구한다. 이러한 갈등구조는 결말에서 인자가 아이와의 재회를 목전에 두고서야 고통스런 딸꾹질이 잦아든다는 설정으로 이어진다.

문학평론가 장일구씨는 "삶의 뒤안길로 내몰리고 그늘진 구석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의 미더운 솜씨 덕에 심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