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재벌이자 영국의 명문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0)가 러시아 최대 철강사인 에브라즈 지분 40%를 30억달러(약 2조85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최근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가 러시아의 세버스탈과 합병키로 하는 등 세계 철강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부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재벌이 철강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에브라즈 관계자는 "(아브라모비치와의)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며 "향후 수주일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 뒤 다른 러시아 철강사와 합병을 추진하거나 해외 철강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에브라즈의 덩치를 키우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에브라즈는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코러스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세버스탈이 서유럽 철강사인 아르셀로에 인수될 예정인 만큼 러시아 정부도 자국에 기반을 둔 대형 철강사의 탄생을 환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11번째 갑부다.

재산은 18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KGB(옛 소련의 정보기관)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대학을 중퇴하면서 일찍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이뤄진 개혁·개방은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국영 석유회사와 알루미늄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특히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조치에 순응해 민간 석유회사 시브네프티의 지분 76%를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에 넘기면서 막대한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2003년에는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있던 첼시 구단을 인수해 세계적 명문 구단으로 키워냈다.

구단 인수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그가 쏟아부은 돈은 4억달러에 달한다.

그는 주로 영국에 살면서 이곳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