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0년 '증권맨' 생활을 끝내려니 섭섭하기도 하지만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더 많아요. 그래서 오늘 아침 마지막 출근길이 즐거웠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빌딩에서 만난 유성규 미래에셋증권 부회장(67)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부침이 심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증권바닥'에서 30년 동안 버텨온 '백전노장'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는 "시골에서 태어나 증권사 사장과 부회장까지 지냈고,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정도로 국내 증권업계가 성장한 것을 보고 물러나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대학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서 잠시 일했던 유 부회장은 한국은행을 거쳐 1977년 당시 건설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와 연을 맺었다.

한양증권 쌍용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법인영업통'으로 인정받았던 그는 동원증권 사장,동원BNP투신운용 사장을 지낸 뒤 2001년부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으로 일해 왔다.

"30년 전에는 대형사 축에 낀다는 증권사의 자본금이 4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증권업계가 영세했어요.

모든 게 주먹구구식이었죠.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고객들이 맡겨둔 돈으로 무리하게 매매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증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증권업계가 자초한 일이었습니다."

유 부회장은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며 "미래에셋에서 일하면서 적립식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문화 확산에 일조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본시장의 중심에 증권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인력양성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저 역시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벌써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고 일본어도 곧 배울 생각입니다.

더 늦기 전에 MBA(경영학석사) 과정도 알아보려고 해요." 은퇴후 계획을 설명하는 '베테랑 증권맨'의 얼굴엔 어느새 활기가 넘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