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을 위해 지난주 프랑스 출장길에 올랐던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바쁜 일정을 쪼개 프랑스 최대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덕수 부총리는 한국경제설명회(IR)가 열렸던 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크레디아그리콜 본점을 찾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부총리가 이 은행을 방문한 것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농협의 신경분리(금융부문과 농산물유통 등 농업경제 부문을 분리하는 것)를 앞두고 농협 금융부문의 발전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농촌을 배경으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농협이 벤치마킹 '1순위'로 꼽는 곳이다.

농협과 함께 농협CA투신운용을 설립하는 등 양사 간 관계도 밀접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토종자본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재경부가 크레디아그리콜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는 우선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되 중장기적으론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란 은행 증권 경제사업 축산사업 등을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 지주회사 밑에 배치하는 것으로 이처럼 구조가 바뀌면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재경부는 판단하고 있다.

재경부는 크레디아그리콜이 큰 의미로 봤을 때 지주회사 체제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금융과 농촌경제 부문을 분리할 경우 만성적인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농촌경제 부문이 고사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고수하고 있으며,주무부처인 농림부 역시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1894년 한국의 지역농협에 해당하는 지역협동조합은행으로 출발한 크레디아그리콜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규모가 13억8500만유로에 이르는 프랑스 내 '넘버1' 은행.전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종합금융그룹이다.

2001년 파리 1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주식회사로 변신한 이후 2003년에는 당시 프랑스 6위 은행이었던 크레디리요네를 인수하면서 자산규모 기준 프랑스 1위로 올라섰다.

작년 7월1일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은 오는 6월30일까지 구체적인 신경분리 방안을 농림부 장관에게 내놓아야 한다.

농협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신경분리가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토대로 곧 자신들의 입장을 감안한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