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국유화를 사실상 완료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는 번듯했다.

세계 6위의 산유국답게 건물도,도로도 현대식이었다.

그러나 카라카스를 감싸고 있는 산은 온통 판자촌이었다.

지난 1일 자원국유화를 선언한 볼리비아도 다르지 않았다.

경제중심지 산타크루스 시외에 거대한 판자촌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남미의 최빈국'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오는 6월4일 자원국유화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페루도 비슷했다.

하루 2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민층이 50%를 웃도는 나라의 모습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남미의 고질적인 병폐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역대정권들은 자원의 국유화를 단행했다가 민영화를 실시하기를 반복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돈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어찌된 일인지 빈민층은 그대로였다.

말만 '빈민층을 위해서'였을 뿐 실상은 '집권층을 위해서'였던 정책의 실패에다 부정부패가 얽힌 결과였다.

처음엔 실패한 자원국유화를 왜 하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니 가난에 찌든 빈민층에게 원주민 혈통이 강한 좌파정권과 이들이 내건 자원국유화는 새로운 유혹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빈민들은 지쳐 있었다.

좌파정권에 희망을 가져보긴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억제하고 있었다.

결국은 '특권층의 교체'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경계감도 팽배했다.

이들 나라의 집권층도 아직은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 기미가 역력했다.

분배의 원천인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해 국유화를 실시해도 일정수준은 외국자본이 참여토록 하는 게 대표적이었다.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과 다른 산업엔 외국기업이 참여하기를 강하게 원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얼마전 우리나라의 핫이슈였던 '양극화 해소와 그에 따른 방법론 논쟁'이 떠올랐다.

이들처럼 자원도 가지지 못한 우리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과거로 가는 열차'를 탄 이들 나라의 경우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