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확정한 고위 공무원단 인사 및 보수 규정은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1~3급 실·국장급간의 경쟁을 가속화해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3급의 계급을 폐지하고 직무급과 성과급을 대폭 확대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업무 실적이 나쁠 경우 바로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이 새로 도입됐다.

실·국장 자리의 최대 절반까지는 외부 민간 전문가와 다른 부처 출신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해 경쟁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 수립 이후 유지되어 온 계급제의 근간이 사실상 허물어진다는 점에서 공직 사회는 벌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다.

◆3급이라도 과장급은 제외

고위공무원들의 보수는 직무 난이도와 업무 성과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수체계의 큰 틀은 현행 연봉제와 같이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중앙인사위는 직무등급별로 보수를 차등 적용하기 위해 기본연봉을 '기준급'(민간기업의 기본급)과 '직무급'으로 분리했다.

직무급은 업무 난이도 등에 따라 '가-나-다-라-마'의 5등급으로 구분, 연간 최대 960만원이 차이나도록 했다.

여기에다 성과급까지 포함되면 총 연봉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가령 기준급이 5500만원으로 동일한 3급 국장급의 경우 직무급과 성과급을 합치면 연봉 격차가 최대 1177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앙인사위는 현재 전체 연봉대비 1.8% 수준인 성과급 비중을 앞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3급이라고 하더라도 과장급 공무원은 고위공무원단에서 제외된다.

◆'정치권 눈치보기' 우려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은 근무 성적이 나쁘면 극단적인 경우 바로 면직될 수도 있다.

중앙인사위는 △총 2년 근무성적 최하위를 받고 무보직 1년 이상일 경우 △1년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고 무보직 1년 6개월 이상일 경우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적격심사 때 부적격 판정을 내려 면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정기 적격심사와 별도로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거나 무보직 기간이 2년간 누적된 경우에는 바로 퇴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규 임용이나 자리 보전을 위해 '줄대기'나 '정치권 눈치 보기'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은 또 실·국장 자리를 놓고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공무원뿐만 아니라 개방형 공무원으로 임용된 민간 전문가와도 경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부처별로 승진이 이뤄졌지만 앞으로 장관이 부처에 관계 없이 능력 있는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있는 부서'출신 영입 경쟁

7월부터 고위 공직자 풀제가 시행되면 정부 부처 내에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공무원들이 1차 영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처의 경우 예산 책정과 배분 업무를 다루고 있어 기획처 간부를 스카우트할 경우 예산을 따낼 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각 부처의 생각이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 부처여서 재경부 공무원을 스카우트해 놓으면 각종 정책을 협의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부처 간부는 "참여정부 초기 부처별 고위공직자 교류 제도가 도입됐을 때도 기획처와 재경부의 인기가 높았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재경부 등이 싹쓸이하면 고위 공무원단의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ㆍ박준동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