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이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서울대는 30일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史庫·역사서를 보관하던 곳)본 47책을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환되는 조선왕조실록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오는 7월 중순께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총 1893권,888책)은 임진왜란 이후 태백산,적상산,오대산,강화도 사고 등 4곳에 분산,보관돼 왔다.

그러나 이 중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초대 조선총독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당초 오대산 사고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초 도쿄대 도서관 귀중서고에 성종실록 9책,중종실록 30책,선조실록 8책 등 총 47책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국간 반환 협상이 이뤄져왔다.

현재는 강화 정족산본 실록 1707권 1187책과 오대산본 27책 등이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고,국가기록원 부산기록정보센터에 태백산본 1707권 848책이 보관돼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도 적상산본 실록을 보관하고 있다.

도쿄대는 그동안 한국 불교계,시민단체,정치권으로부터 수차례 반환요구를 받아왔으나 일본 우익단체 등의 눈치를 보며 반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오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반환키로 했다.

도쿄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은 서울대와 학술교류협력 차원에서 고문서를 기증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서울대와 도쿄대는 각각 31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반환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실록 반환을 위해 노력해 온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와 불교계는 조선왕조 시절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가 사고 관리를 맡아 왔다는 점을 근거로 "반환되는 실록은 서울대 규장각이 아니라 월정사가 소장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