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함에 따라 산적한 경제 정책에도 적잖은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구심점을 잃은 열린우리당이 선거 참패 책임론과 계파 간 갈등으로 분당(分黨)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어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당내 의견 통일은 물론 당정협의도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이럴 경우 중장기 조세개혁,국민연금법 개정,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주요 정책의 입법도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이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자리를 거의 휩쓸다시피함에 따라 주요 정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마찰은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면 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자칫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리더십을 발휘해 정책 현안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 표류하나

5·31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놓은 경제 현안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 내 파벌 간은 물론이고 정부 여당 간 반목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저출산 고령화 대책,국민연금법 개정,비정규직 법안 등은 정부 여당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도 처리하기가 버거운 사안들이다.

계층 간 이해가 엇갈리는 데다 필요에 따라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현안은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정부의 조세개혁 시안에 부가가치세 대상을 확대하고 소득공제를 줄여 사실상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담긴 것이 알려져 한바탕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6월 중 정부가 조세개혁 방안을 발표하면 또 다시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중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힌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제대로 입법으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쉽지 않다.

복지부는 한나라당에서 주장해온 기초연금제 도입 방안을 담을 방침이지만 여야 모두 소극적인 데다 사회계층 간 이해관계도 엇갈려 국민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지방 엇박자 잦을 듯

한나라당 압승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각종 시책에 반대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강남아파트,특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가 부동산 가격 불안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세금이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의 규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강남북에 주택 공급 문제가 생긴다"며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서울시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재산세 인하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추진해온 탄력세율 적용을 통한 재산세 인하 움직임은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서울 강남북 자치구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세목 교환과 한나라당이 내놓은 공동재산세 방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사건건 충돌한다면 행정 효율이 갈수록 떨어져 국가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철수·박준동·강동균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