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래가 좋은 스코어를 못내게 한다?'

첨단 골프장비 등장,과학적인 체력강화·스윙 프로그램 등에 힘입어 프로골퍼들의 스코어가 날로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무래가 스코어 향상을 막는 장애물로 등장했다.

화제의 고무래는 바로 미국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2~5일)가 열리는 뮤어필드빌리지GC 벙커에 배치된 것들이다.

이 대회의 호스트인 잭 니클로스가 코스 길이를 늘리거나 벙커턱을 높이는 등의 난이도 조절공사를 하지 않고도 선수들의 스코어를 너무 좋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코스설계가로도 유명한 니클로스는 벙커의 기능 중 하나로 '실수에 대한 벌'을 강조해왔다.

친 볼이 벙커에 들어가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

그러나 투어 대회가 열리는 대부분의 골프장 벙커는 마치 비로 쓸어놓은 것처럼 반반하게 유지·관리되는 것이 보통이다.

볼이 벙커에 빠졌을 경우 선수들은 볼에 스핀을 주기도 하고,홀에 붙이는 일도 흔하다.

당초 니클로스가 대회를 위해 주문한 고무래는 '살'의 간격이 2.5인치(약 6.4cm)짜리로 보통 고무래와 같았다.

니클로스는 생각 끝에 고무래의 살을 '하나 건너 하나'씩 없애버렸다.

그래서 살의 간격은 5인치(약 12.7cm)로 듬성듬성해졌고,벙커샷한 자리는 고무래로 골라도 밭 이랑처럼 제법 큰 주름이 생기게 됐다.

볼이 운좋게 둔덕에 멈출때는 몰라도,움푹 파인 고랑에 멈추면 투어프로들이라도 샷을 하기가 여간 힘겹지 않게 된 것.

연습라운드를 마친 브래드 팩슨은 "그 고무래로 골라놓은 곳은 일종의 해저드였다"고 했고,제리 켈리는 "페어웨이 벙커라도 볼이 고랑에 빠지면 웨지나 길어도 8번아이언으로 샷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코스를 개조하지 않고도 아이디어 하나로 간단히 코스 난이도를 높인 니클로스의 재치가 엿보인다.

한편 니클로스와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 불참하며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2일 오전 1시10분(한국시간) 짐 퓨릭,크리스 디마르코와 함께 1라운드를 시작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