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공화국의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중소기업 옴니시스템의 현지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키르기스스탄이 인구 500만명의 작은 나라임을 감안하더라도 일개 중소기업의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여기에는 옴니시스템이 현지 진출 한국기업 1호라는 점과 함께 이 회사 강재석 회장과 바키예프 대통령의 인연이 작용했다.

수도·전기·가스 등의 계량기를 생산하는 옴니시스템의 강 회장은 2004년 9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을 처음 방문했다. 이 나라 정부가 발주한 원격 검침용 디지털 전력량계 국제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입찰 결과 독일 영국 러시아 등의 업체를 제치고 기술력 부문 1위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계약을 앞둔 작년 3월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졌다.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면서 국제입찰 자체가 무효화된 것.

하지만 강 회장은 입 안에 다 들어왔던 떡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1년 넘게 키르기스스탄 정부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그 집념에 감복한 키르기스스탄 정부 핵심관계자는 강 회장을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과 만나게 해줬다. 강 회장은 "대통령에게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대통령의 소개로 현지기업인 EMC와 합작투자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옴니시스템의 현지 공장은 비슈케크시 자유무역지구 내 1500평의 부지에 세워진다. 총 투자금액은 1300만달러로 옴니시스템과 EMC가 각각 51%,49%의 지분을 갖는다. 오는 9월 말부터 가동에 들어가 아파트 등에 쓰이는 원격 검침용 디지털 전력량계를 연간 60만대 생산,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인근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공급하게 된다.

앞서 옴니시스템은 이미 지난 2월 키르기스스탄의 전력회사 4곳과 원격 검침용 디지털 전력량계 40만대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강 회장은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전력량계가 낡아 교체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키르기스스탄 공장에서만 매년 1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031)908-7550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