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奉鎭 < 비상임논설위원 · YSK 대표 >

지방선거가 끝났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참패는 내 탓이오"라고 말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한두 번 선거로 국가가 잘되고 못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정부의 정책홍보 담당자들을 향한 '노무현 대통령다운' 발언이라 놀라울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니 큰 숨 들이쉬고 인내하자"는 식의 지독한 독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사회의 '공적(公敵) 1호'인 부동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백성은 송곳 꽂을 땅도 없는데…"라는 표현이다.

광활한 토지를 독점한 지주들의 침탈로 고통 받는 농노들의 참상을 묘사한 조선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표현이다.

우리나라 부동산값,특히 아파트 값은 터무니없는 것이 사실이다.

70평이 조금 넘는 강남 아파트 한 채가 48억원이 넘는 돈에 팔렸다는 최근 보도는 일자리 찾기조차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간다.

이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로 파악하고 시정하겠다는 노무현정부의 시도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살인적인 보유세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양도소득세로 뒷문까지 걸어 닫음으로써,'보유를 포기할 권리'까지 박탈하는 현 세금체제로 부동산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시장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아마추어리즘이 아닐 수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들은 이미 그 소유권이 '좌파적' 정부로 넘어간 '가(假)몰수상태'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시장정서를 반영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펼친 부동산 정책을 대하다 보면 노무현정부의 기본적 시각이 청와대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정우 교수 등 헨리 조지스트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유추를 낳게 한다.

'진보와 빈곤'(1879)을 저술한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에 대한 독점적 향유를 부정한다.

그는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해 사회복지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대를 근간으로 하는 세수가 전체 재정 지출을 채우고도 넘치기 때문에 다른 조세는 모두 철폐해도 된다"는 이른바 '단일토지세' 또한 헨리 조지의 입장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헨리 조지의 주장이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는 구약성경 레위기 25장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땅은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독점적인 소유나 이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레위기는 "토지를 영원히 팔지 말라(23절)" "네 이웃에게 팔든지 네 이웃의 손에서 사거든 너희 각 사람은 그의 형제를 속이지 말라(14절)"고 가르치고 있다.

신성한 토지를 매매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함은 물론,부당이익을 취하지 말라는 교훈을 함께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헨리 조지스트들은 부정하려들겠지만,헨리 조지스트의 이념은 사유(私有)를 부정하는 사회주의보다도 더 '종교적이고 교조적이며 근본주의적'인 사회주의를 그 기저에 깔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의 도덕적 우위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와 현실정치세계는 공통분모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

노 대통령 주변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다.

"30대 이전에 평등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에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따뜻한 가슴이 없는' 사람이다.하지만 30대가 넘어서도 사회주의를 붙들고 앉아 있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저잣거리의 수군거림을 새겨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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