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사흘째인 5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열차시험운행과 경공업-원자재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회담장인 제주 롯데호텔에서 연쇄적인 위원 접촉을 갖고 양측이 제시한 의제를 중심으로 이견조정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 대표단은 당초 오전 11시에 예정됐던 관광지 방문 일정도 취소한 채 이견조율에 나섰으며 오후에도 위원 접촉을 속개,합의문 도출을 위한 협상을 계속했으나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의 요청으로 관광지 참관 일정이 취소됐다"면서 "북측은 '참관보다는 회담을 진척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접촉에서 우리측은 열차시험 운행의 구체적 스케줄이 확정돼야 신발·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 제공이 가능하며 비료공장 건설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벌목채취 등 북측이 새롭게 제기한 경협 의제의 수용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은 시험운행을 하자는 데는 입장의 변화가 없다면서 지난달 철도 시험운행이 취소된 것은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적 안전보장조치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또 경공업 원자재-자원개발 협력사업은 열차시험운행과 무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북은 당초 저녁 7시에 예정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환송만찬 이전에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만찬 이후 밤늦게까지 협상을 계속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측은 열차시험운행의 실시일자를 확정짓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부터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라며 "이 두 가지 조건이 협상을 앞으로 나가게 하지 못하는 핵심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그러나 열차 시험운행의 열쇠를 사실상 북측 군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경협위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경추위에서 남북이 시험운행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며 북측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 등의 요구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 대표단은 6일 아침 우리측이 마련한 전세기를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서귀포=공동취재단·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