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300선에서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급락에 따른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도에 따른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 악화로 기관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지면서 겨우 1300선(1301.62)에 턱걸이했다.

전문가들은 미 인플레 우려 및 금리인상 가능성이 완화되고 한국 증시의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지만 새롭게 경기 둔화 우려가 급속히 확산돼 당분간 1300선 근처에서 지리한 관망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 1300선 와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외국인 선물매도로 하락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6700계약 이상의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연기금의 스위칭(현물 매도,선물 매수) 매매로 이어지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프로그램 매물만 3293억원어치가 나왔고,코스피200 선물(6월물)도 17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일부에선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1300선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물매도에 따른 추가적인 프로그램매도 강도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바닥난 상황인 반면 매도차익잔액은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하면서 프로그램 매수의 '실탄'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매도로 인한 프로그램매도 출회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미 증시의 급락과 같은 해외 충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강하게 이탈하는 급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 불확실성 vs 저평가 매력

향후 장세 전망에 대해서는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희석되고 있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증시 흐름부터 낙관하기 어렵고 외국인 매도세가 일단락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는 형국이다.

다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경기둔화 우려감이 실제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도 흐름이 꺾인 데다 6월 중순 이후에는 국내 수급 여건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증권도 이날 "한국 증시 조정은 지역적인 추세일 뿐 국내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경제 및 기업 펀더멘털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며 '변함 없는 멜로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특히 소비 증가와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하향 조정될 전망이지만 경제나 기업 펀더멘털 상의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는 한국 증시의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